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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0-21 17:22
언어의 마술 1
 글쓴이 : 白陽
조회 :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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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삼십 하고도 몇 년 정도 전의 이야기다.

그 때 나는 한 건설자재 회사에서 짧은 기간을 근무한 적이 있었다.
전공과는 거리가 먼 업무였기도 했지만 적성에도 맞지 않아서 결국 한 두달 만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말았는데, 이야기는 그때 경험한 한 작은 사건이다.

그것은 사실 사건이라고 말하기에는 마땅하지도 않은 단 한 번의 전화 통화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단 한 번의 통화가 삼십년도 더 넘은 지금에까지 내 기억에 명료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에게 있어서 그 일은 보통 이상의 감동이었던 모양이다.
특별한 단 한번의 통화는 어떤 회사의 안내데스크 와 이루어진 일이었으며, 나는 그 통화 하나로 지금껏 그 회사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당시의 나는 상당히 고지식하고 재미도 없는 젊은이였다.

엄격한 가정교육의 영향도 있었고 본인의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어서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딸깍 발이였던 것이다.이런 나에게 그 사무실에서는 며칠 전부터 이맛살을 찌푸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몇 명의 남자 직원들이 점심시간마다 어디엔가 장난 전화질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에는 그들의 허튼 짓거리에 아무런 관심조차도 없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차례대로 전화질을 해서는 아무 내용도 없는 농지거리를 하는 데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들의 대화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꼭 같았다.

상대 회사의 안내를 맡은 아가씨인지 여자 사원에게 전화를 해서는 시덥잖은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당신 목소리가 정말 예쁘다고 감탄을 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먼저 전화를 한 녀석도 어디선가 말을 듣고 와서 우리 회사사원들에게 전염을 시켰고, “드라큐라”에게 물린 다른 녀석들은 하나씩 끌려들어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통화를 하고 나면 하나 같이 입을 헤벌 적 해가지고 감탄을 하곤 하는 것이었다.

또, 그 바보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독한 술이라도 한 잔 먹고 취한 듯한 표정이 아닌가.
나는 이런 꼬락서니들이 다 싫었다.

도무지 사람의 목소리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결국 사람의 목소리일진데 그것이 얼마나 좋다는 것이며, 또 저렇게까지 도취들을 해서 실없는 행동을 하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고 감탄에 동참할 남자사원이 동이 난 “원조 드라큐라”는, 내가 그나마 자존심이 있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녀석마저 꼬드겨 내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실없지 않다고 생각하던 녀석의 행동이 가관이다.
이 녀석도 영락없이 다른 녀석들처럼 볼이 발갛게 변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횡설수설하는 것이었다.

“에라이 못난 놈들 같으니라고....”
나는 오히려 불쾌감으로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드라큐라는 감나무 꼭대기에 하나 남은 감을 넘겨다보기 시작했다.

  “무슨 실없는 소리야”

내가 하도 강하게 반감을 표시하자, 그 는 그만 줄 끊어진 연처럼 되어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한 이틀이 지나자 그는 다시 주섬주섬 나타나서는 전화를 한번만 해보라고 추근 거렸다.
나는 당연히 콧 방귀를 뀌고 무시해버렸다. 
이솝의 꼬리 잘린 여우가 그랬듯이 다른 여우들마저 꼬리를 자르라고 권하는 꼴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그 즈음의 나는 오딧세이가 로렐라이 언덕의 사이렌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했던 것 같은 호기심이 살금살금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좋은 목소리에 나가떨어진 바보들을 비웃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런 음모가 준비되자 나는 드디어 다시 권하는 드라큐라에게 못 이긴 척 하고 한 통화를 허락 하였다.

그 맹한 녀석은 신이 나서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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