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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26 17:12
언어의 마술 3
 글쓴이 : 白陽
조회 : 4,148  

                                                   언어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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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던 시절에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한번 들었던 내용하고 비슷한 사건이었다.
병원에 가면 그런 일을 목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듣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의 이웃에 항문이 없이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페물의 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신생아는 곧 생명이 위태로워 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일이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조치를 잘 하고 그 결과 지금까지 잘 성장했다는 것인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놀라고 가슴을 졸였을까 싶다. 

그런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더 놀라웠다.

알고 보니 그 아이를 출산한 어머니는 재혼을 한 사람이었고, 전처의 소생으로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새 엄마가 들어온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는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린 아이 하나가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재혼으로 새 엄마가 된 사람을 나중에 만나보니 심성이 악하지도 않은 여성이었는데, 당시에는 나이도 있는 아이가 대변을 가리지 못하고 옷을 버려 놓자 세탁하는 일에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무심결에 했던 말이 있었단다. 

“ 항문이나 없었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는 않을 텐데...” 

이런 말을 하면서 뒷 처리를 하곤 했는데, 덜컥 자신이 임신을 한 것이다.
그리고, 별 생각없이 출산을 했었는데 그만 항문이 없는 아이가 태어나버린 것이다.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도 신체 내부에 장기가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처럼 의술이 발달한 시대라고 하더라도 후자의 경우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정말 말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는 가 하는 것.

그러나 이 이야기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무심코 내 뱉은 말이 실현되어 놀라는 경우를 흔 하게 볼 수 있다.
또한, 그런 경험도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상당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어본 다는 것이다.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간증을 들어보면 간절한 마음의 기도가 이루어 졌다는 이야기는 아주 흔한 일이며, 종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경험들을 들려주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전쟁터에서 갑자기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모친의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았는데, 바로 그때 자신의 귓전으로 총알이 지나간 경험을 말한 노 병사도 있었다.
나중에 고향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정안수를 떠놓고 밤낮으로 기원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나라를 위해 전사한 다른 분들의 노모들은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마는 그런 일들은 결코 그냥 넘어갈 이야기들이 아니다. 

말이란 단순한 의사전달의 수단을 넘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며, 마음은 그 사람의 실체이기 때문에 이 것에는 큰 마술이 걸려 있는 것이다.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의 행동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우리의 삶이다.

언어는 생각의 현실적 실현중에 한 가지로서 그 것 만가지고도 구체적 사건을 형성한다.
한비자를 읽어보면 이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누차 강조한 구절이 있다. 
이조의 연산군이 환관의 목에다 “口之禍之門 舌是斬身刀”라고 써서 걸고 다니라고 했던 것도, 이 말의 영향을 두려워한 탓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언어가 곱고 예의가 깍듯하면 험한 일도 흉하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영국에서 있었다는 황당한 사건.

귀족들이나 지도층인사들이 이용하는 호텔에 도둑이 들었다고 한다.
이 도둑은 제일 윗층부터 차례로 내려오면서 투숙객들을 털어갔는데 경찰이 출동하여 피해자들의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듣게 된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도둑에게 반감도 없고 고소할 생각도 갖지 않았으며, 더구나 그 도둑과의 만남을 아주 소중한 경험처럼 말하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무슨 좋은 추억거리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는 것이다.
사는데 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 경험조차 좋은 것이 되었다는 것일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 경찰은 아연 실색했다.

이 사건은 보통의 상식적인 사건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첫째, 피해자들은 자진해서 패물들을 내놓았다고 하는 것이다.
둘째, 도둑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예의가 발랐다
셋째, 도둑은 킹스 잉글리시를 구사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킹스 잉글리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영어에 능하지 못하니 실제로 이런 것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전하는 말을 그대로 다시 해보자면,그것은 킹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대로, 왕이 쓰는 영어라는 것이다.
그러니 정중하고 고상하기가 이루 비할 데가 없는 언어라는 것인데, 하긴 우리나라의 궁중 언어도 일반백성들이 사용하는 일상 언어와는 달랐다고 하니 납득은 간다. 

경찰이 사건을 종합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도둑은 이 건물의 상충부터 내려오면서 차례로 투숙객들을 털어갔는데, 피해자들을 위협하거나 강제로 패물을 빼앗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문제의 “킹스 잉글리시”로 문밖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순전히 피해자들이 자의로 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초대(?)를 받은 손님으로 방문을 했고, 자신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피해자들의 귀중품을 필요로 하게 되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지의 황당한 말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짐작이 가겠지만 피해자들은 그 너무나도 정중한 태도와 감미로운 언어에 도취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마치 지상최대의 인간 취급이라도 받는 기분을 느낀 것 같다.
한 편의 명화를 보기라도 한 듯이, 한 곡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기라도 한 듯이, 그 만남은 그 들 인생의 한 고상하고도 멋진 경험이었다.
상당한 값이 나가는 귀중품들을 스스로 관람료로 내어주고도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컨텍트”였다는 것이다. 

도둑은 맨 아래층 피해자에게 반지 하나를 맡겼다고 한다. 

“이것은 윗 층의 부인 것입니다.
제가 중요한 것은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그냥 주시기에 가지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은 도로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은 그 분의 결혼반지라고 합니다. 꼭 좀 전해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그 반지는 도로 주인에게 전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도둑이 경찰에게 잡히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야 신고를 한, 피해자들의 눈물겨운 협조(?)덕분에 범인은 결국 잡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 신고를 한 것이야 보험을 타서 손해를 메꾸겠다는 뒷 처리 때문이겠지만,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많다. 

우선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워 졌는가 하는 것이다.
분명 도둑일진대 깍듯한 예의와 정돈된 언어를 구사했다는 그 하나로 그렇게 감격을 할 지경이니 말이다. 

두 번 째로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명분이나 목적도 중요하지만 전달과 교섭의 과정 또한 그 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던지, “천 냥 빚도 말 한마디에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사회를 이루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는 존재다.

한 개인이 주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완전하게 고립되어 혼자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놓고 찰스 테일러는 철저하게 비판을 한 적이 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거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이루는 데는 꼭 상대가 필요하다.
자신이 자신의 가치를 그 어느 것 보다 소중하게 아낀다면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주위로부터 고상한 위치에 고립되어 있기보다는 자신의 그런 가치를 인정해줄 상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나를 알리기 위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하는 세련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필연적이다. 나를 알아주려는 “상대”는 내게 그 만큼 소중하며 존중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중하고 귀해서 상대가 그것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혐오감이 들 정도로 자기 자랑이나 교만을 부린다면 어떤 상대가 그 꼴을 참아주겠는가?

딱딱한 물건에는 뚫고 들어가기가 힘든 법이다.

정중한 태도와 아름다운 언어는 성공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자신의 영혼이 자신의 뜻을 소리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영혼의 울림”
이것이기 때문이다. 

깡통을 두드려서 나오는 소리와 악기를 연주해서 나오는 소리가 다르듯이, 사람의 말도 그 방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자신의 본모습이라는 것에 더할 수 없는 비중이 있는 것이다. 

그대 어떤 소리를 내는 어떤 존재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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