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희망의 대륙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작년 12월 '아프리카의 도약(Africa Rising)'이란 특집을 실었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몇 나라의 성장률은 아시아 강국들보다 높았다. 보츠와나(8.8%) 남아공(8.6%) 나미비아(6.8%) 등은 한국의 고도성장 시기 성장률에 육박한다. 거시 지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사자 국가들'은 조만간 아시아 '맹호 국가들'의 성장률을 넘을 것이다. 과거 미국의 할리우드 상업주의 영화가 잘못 소개했던 야만스럽고 미개한 대륙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의 아프리카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을 발전 모델로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아프리카 발전을 집중 지원하고 있는 세계은행과 국제기구는 "한국처럼 하면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한국같이 먼저 수준 높은 교육과 훈련을 실천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발전하라고 권한다. 식민 수탈, 동족상잔의 내전(內戰), 극단의 빈곤과 억압을 이기고 도약의 역사를 기록한 나라가 한국이다. 공교육과 비형식적 교육의 발전 덕분에 탈식민지화, 공업화, 민주화의 3대 난제를 해결하였다. 세계사 초유(初有)의 사건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한국인들의 경험은 국제사회의 보편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010년 '한국과 함께 도약하는 아프리카'라는 주제로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장관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고, 이를 계기로 2년마다 100억 규모의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신탁기금을 제공하여 분야별로 무상 원조를 시행하고 있다. 그중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 사업도 있다. 한국형 풀브라이트 사업이라 할 '아프리카 교육연구상'이다. 매년 3명의 신진·중진 교육학 박사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한국의 교육발전 경험을 연구하게 하는 사업이다.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석유·우라늄 등 천혜 자원의 혜택은 매우 단기적이며, 오히려 부패와 독재를 조장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 궤멸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지식 공유를 통한 개발협력은 장기 효과를 가져오며 정부의 효율적 거버넌스, 투명한 국가 경영, 법의 지배 등의 토대가 된다. 한국이 지식 공유 사업을 제공하자 아프리카 정부와 민간 지도자들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아프리카 교육 발전의 중추 기관인 아프리카교육개발협회(ADEA)는 2월 12일을 '한국의 날'로 정했다.

첫 번째 '한국의 날'인 어제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부르키나 파소('고귀한 사람의 나라'라는 뜻)에서 한·아프리카 지식 공유 정책 대화 모임이 열렸다. 3년마다 열리는 아프리카교육개발협회 총회의 한 행사로 마련된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의 국가원수, 장관급, 교육 지도자들과 선진국 개발원조기구 대표단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60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11개 주제로 나눠 한국의 교육 발전 경험을 소개했고, 한국·아프리카 교육 협력 중장기 발전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의 발전 경험은 인류 문명의 유산이자 보물이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와 민간은 정성을 다해 이를 전 세계 국가와 공유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제공하는 원조 자금보다 더 귀중한 것이 한국의 발전 경험을 잘 정리한 지식의 공유이다. '한국의 날'이 다른 대륙에서도 열리게 될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 2012년 2월 13일자 김기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