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세배를 마치고 우리들은 한강에 나가 썰매를 타기로 했다
우리들은 줄을 지어 썰매를 옆구리에 끼거나 꼬챙이에 꿰어 메고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오목 논골(금호동에서 행당동으로 넘어가는 중간지점)을 지나 칠 팔명이 재잘거리며 무시막 강(금호동 앞강) 기차 뚝에 올라섰다
그런데 그 곳은 물살이 빨라 얼지를 않았고 한남동쪽이나 뚝섬쪽으로 얼어붙은 하얀 얼음판 위엔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나아와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저쪽(한남동)으로 가면 그동네 애들이 싸움을 걸어 올테고... 저 윗쪽으로 가자니 너무 멀고..."
모두가 망서리는 중 마침, 용산역을 출발해서 왕십리쪽으로 가는 기차가 와서 섰다 "야아! 타자!" 우리들은 일제히 올라탔다 (그때는 기차가 금호동 철길 앞에서 항상 잠간 쉬고 갔었음)
"철거덕 철거덕.... 철거덕 철거덕...." 난간에 매달려 달리는 중에도 살을 에이는 바람이지만 신바람이 났다
"야! 왕십리 역까지 가면 표가 없어서 잡힌단 말이야 그러니까 굴다리 조금 못가서 기차가 천천히 갈때 모두 뛰어 내려, 알았지?"
드디어 굴다리가 보이고 기차가 속력을 줄일때.. 모두 썰매를 먼저 내어 던지고 차례대로 뛰어 내렸다 뚝 밑으로 굴러 떨어 지는 놈, 엎어지는 놈, 자빠지는 놈, 모로 떨어져 구르는 놈, 사까닥질로 구르는 놈....
"다 내렸냐? 금새 왔다 야! 기분 무지좋다 잉! 가자!" 신나게 썰매를 탔다 옷이 다 젖도록 저녁나절 내내 탔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 왜 그리 해는 빨리 지는지.... 어두워서 집으로 돌아왔고 또 한바탕 우리들을 찾아 다니느라고 동네가 떠나갔다고 했다
이튼날 아침,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 "어제 세뱃돈 받은거 엄마한테 다 뺏기고 겨우 20환만 주는데, 아유~ 정말 기분 나뻐" "왜 어른들은 다 그러냐? 나도 다 뺏기고 20환 뿐이 안주던데..."
..........
아파트 계단 내려 오는 길, 재잘거리며 앞서 가는 세 아이들...
엄마가 15만원은 맡겨 두라며 강제로 뺏고 겨우 만원 뿐이 안주더라는 툴툴거림을 들으며 오래전 추억에 절로 터지는 웃음으로 즐거운 세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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