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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29 15:14
파괴의 神
 글쓴이 : 편집부
조회 : 2,888  
파괴의 神

  파괴의 神


세대·계층간 첨예한 대립구도 뒤엎을 '파괴의 신' 나와야

대중에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온화하고, 겸손하게 대처…

냉소와 저주로 표류하는 사회 분위기 일신해야


  동남아 지역의 민속무용극을 보면 세 종류의 신(神)이 등장한다. 창조의 신(Creator), 수호의 신(Protector), 파괴의 신(Destroyer)이다. 무용극을 보며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파괴의 신은 우리가 물리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관객들이 열광하며 성원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파괴의 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파괴에는 두 종류가 있다. 폐허를 부르는 파괴와 창조를 부르는 파괴이다.


우리는 남과 북이 대립하는 지구촌의 마지막 분단국이다. 분단국 주변에는 대립을 나타내는 용어가 특히 많다. 여와 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勞)와 사(使), 정규직과 임시직, 부유층과 서민층, 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젊은 층을 거쳐 이제 인터넷을 선호(選好)하는 계층과 이를 규제(規制)하는 계층으로 분열되고 있다. 갈등을 부추기며 지분확보에 나선 수호신(神)의 후예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끈질긴 민족성으로 보아 한쪽이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 쌓여 온 앙금으로 보아 화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인류발전에 기여한 인물 중에는 파괴의 신 후예(後裔)가 많다. 간디는 무저항·비폭력주의로 식민통치를 파괴하였다. 킹 목사는 평화의 행진으로 인종차별 파괴를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후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였다. 만델라는 교도소 독방에서 흑백 분리정책 파괴의 뜻을 놓지 않았고, 26년의 수감생활 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인종차별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은 미국 남부 농장주들의 기득권인 노예제도를 파괴하였다. 노예해방은 제조업 발전의 기반이 되었고,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호찌민은 밀림 속 땅굴을 전전하며 강대국의 무력침공 관행을 파괴하였다. 식민잔재의 참상을 둘러본 체 게바라는 파괴의 신을 따르기로 하였다. 혁명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밀림으로 돌아가 생(生)을 마치며 파괴의 신이 되었다.


첨예한 대립을 파괴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감행하였고 목숨을 걸고 이에 매달렸다. 탄압과 회유를 뿌리치고 집념으로 일관하였다. 파괴신(神)의 성품은 어떤가. 온화하고 겸손하며, 솔선수범(率先垂範)으로 대중의 존경을 받았다. 공사(公私) 구분에 철저하였고, 자기 측근이나 추종자, 특정 정당이나 계층을 대변한 적이 없다. 공동의 가치관을 설파하였으나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지 않았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았으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처신을 바꾼 적도 없다. 안색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지 않았고, 박해하는 상대를 향한 적개심도 자제하였다. 대의(大義)를 위해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포용하는 아량을 보였으나, 원칙에 벗어나는 일에는 결벽 증세를 보였다. 이렇듯 파괴의 신은 우리 상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파괴의 신은 어떻게 일을 하는가.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경영자형(型)과 지도자형이다. 경영자는 목표가 있고 자원이 확보되어야 일을 시작한다. 반면 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 목표를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경영자는 자원배분에 주력하고, 지도자는 자원확보에 집중한다.


파괴의 신에게 부탁할 내용은 무엇인가. 냉소와 저주로 표류하는 사회 분위기는 파괴신이 여백을 만들어주어야 자부심이 회복될 것이다. 구인난(求人難)과 구직난(求職難)이 공존하는 산업구조를 파괴하고, 임시직과 기업상생(相生)의 궁색한 구호를 파괴하여야 사회가 공감하는 비전이 들어설 것이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기성세대와 청소년이 서로를 저주하며 자해(自害)하는 교육제도가 파괴되어야 희망을 생각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자부심이란 무엇인가. 언젠가 만났던 동남아 국가 지도자는 한국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경제성장과 올림픽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하며 되물었더니 아니라고 하였다. 식민탄압이 극에 달하면 '만세(萬歲)'로 응답하고, 통치국의 수뇌(首腦)를 저격하는 의사와 열사가 줄지어 나오고, 열세인 독립군이 강대국의 정규군을 궤멸시킨 민족혼(民族魂)이 부럽다고 하였다.


비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금융위기로 내친 고급인력, 제조업 공동화로 방치된 설비, 수요를 잃은 연구소를 다시 꺼내 품어야 한다. 무역실적이 보증하는 해외전시 인프라, 비싼 대가를 치르고 터득한 컨설팅 비법도 해외에 전파하여야 한다. 아시아는 북미와 유럽이 주시하는 마지막 경제권이다. 자부심과 인프라, 경험과 실적을 재구성하여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서 비전을 찾아야 한다. 넓게 보고 멀리 보면 비전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무엇인가. 어린이가 포부를 갖도록 도와주고 감싸주고 지켜주고 편을 들어주는 것이 희망이다. 목록을 작성하며 주변의 파괴신(神)을 찾는다.


출처 : 조선일보 2011년 12월 29일 A34 (이면우 울산과기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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